7/31/2021

염원하는대로 이뤄진다면 인생이 편하겠지만 안되는 건 역시 안되는구만
이제 뭘 해야하지...................

7/03/2021

프로게이머가 가져야 하는 마음과 방향

좋은 책을 받았다. 블로그 소개에 맞는 포스트를 드디어 올려본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초본? 이라고 들었고 출판 예정이라고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은 관계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받았음을 알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좋은 책이다. 책의 부제를 보면 알겠지만 업계 관계자들 보다는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이스포츠 관련 서적이 국내에 널리 퍼지지 않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이런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다룬 책은 더 드문 편이고, 그러면서 내용이 충실해서 마음에 든다.
선수가 연습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하는지, 경기에서의 심리와 언행을 스스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런 자기계발의 내용을 말하고 있다. 전문 선수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지녀야 하는 덕목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팀 게임에 집중돼있다.
그렇다고 마음가짐이나 멘탈 같은 추상적인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명확하고 세세한 가르침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손으로 그린 걸로 보이는 여러 이미지 자료를 보면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초반에 포괄적인 묘사로 시작해서 점점 실체화된 세부적인 분류로 나눠 잘 정리해놨고, 전반적으로 어려운 내용인데도 읽는 대로 이해하기 쉬웠다.
이 책의 주제는 팀원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에 관련된 매우 가치있는 내용이 나온다. 현재 이스포츠가 개인전 게임들에게서 팀플레이 종목으로 대세가 바뀐 것을 감안한 것 같은데, 개인으로서의 공부할 자료로도 충분하다. 이건 내 확신이다.
참고할 점이라면, 초반에 입문자를 위한 것처럼 읽는데 부담이 적고 개념을 설명하는 듯 하다가 좀 빠르게 전문적인 세부 내용으로 넘어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진행이 급하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약간 아쉬운 점을 짚자면 역자가 붙인 주석이 너무 잦고 텍스트 분량이 상당히 많다. 거기다 그 많은 주석이 역자 개인의 사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래서 인내심이 부족하다면 조금만 읽고는 거기서 책을 그냥 덮어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정본에서는 꼭 고쳐지길.

근데 그렇더라도 나는 역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다. 주석을 읽다보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과 겹치는 걸 느꼈는데, 애초에 이 책을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내용에 공감하여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자의 역할을 많이 넘어가면서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과는 관계 없이 주석의 내용은 질 좋고 윤택한 내용들이다. 처음엔 조금 이질감? 같은 걸 느꼈는데 계속 읽어나갈 수록 소소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느끼는 문장이 점점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도입부만 넘기면 훌륭한 내용에 읽는 재미도 있는 좋은 책이다.

주석이라고 돼있지만, 책을 계속 읽으면서 느꼈던 건 '교수가 이 책을 수업 자료로 삼으면서,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한다면' 그게 바로 여기 주석으로 쓴 것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출판 됐을 때는 주석의 분량이 전체적으로 좀 줄어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워버려서 없애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이다. 이렇게 쓰고 그칠 게 아니라 그냥 책 한 권을 써내면 좋을 것 같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선수들에게 특히 좋다고 생각한 것은, 전문 플레이어로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거나 어떤 감정을 느낄 때를 공감하기 쉽게 설명을 잘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원인와 영향과 이후의 대처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자연 현상에 그대로 대비시켜서 묘사하거나, 저자는 서양인인데 동양의 명상 같은 걸 강조하기도 하고 표현하는 수준이나 방식이 뛰어나고 재미가 있다.

선수들에게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다면 한 번 읽어서는 바로 이해하거나 가슴에 와닿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내용이 꽤 진지하고 깊이가 있어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것도 추천한다.
선수에게도 좋고 코치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코치에게 엄청 유익한 내용들이다. 어린 선수들은 독서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고, 직접 실행에 옮겨 보여주는 것이 선수에게 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어느 팀이든 선수와 코치 둘 모두 읽어보길 권한다.

이런 책이 국내에 활발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도서 시장 자체가 하향세라는데 그게 쉬울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게 견물생심인지 욕심이 생긴다.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누가 읽든 이해하기 쉬운 책 자체가 흔하지 않은데, 이스포츠 관련 책이 이만큼 되는 게 나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