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12월 써놓고 아카이빙만 해놨던 글을 고쳐서 이제 올림.]
지금 진행중인 cs서밋5 라는 대회, 컨셉부터가 진지한 대회 보다는 겜덕후들 모아다가 즐기는 랜파티 같은 그런 행사다. 보통의 랜파티와의 차이는 그게 프로게이머들 끼리 라는 거고 ㅋ 그냥 간단하게 카스써밋이라고 쓰겠다.
그래도 엄연히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정규대회이고 공식전이기는 해서 hltv에도 경기가 올라오고 승패가 랭킹에도 당연히 반영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진지하게 하고 있지 않다. 대놓고 트롤짓 하는 것도 그렇고 중계진들도 낄낄대면서 신나게 수다 떠는 느낌. 룰은 형식상 퍼그 이상인데 게임은 걍 즐매임. 퍽매랑 랜파티 쓰까놨다 라고 설명할 수 있음.
그리고 게임 끝나고 여느 대회처럼 인터뷰를 하는데, 전혀 인터뷰 같은 느낌이 아닌 것도 특징이다. 그러는 동안 참가한 선수들이 뒤에서 뭘 갖다 해먹기도 하는게 허물없이 그대로 나온다. 이건 원래 aleksib 혼자 인터뷰 하고 있었는데 issaa가 놀러와서는 아예 본격적으로 마이크 잡고 썰을 막 풀어놓더라. 그러다가 또 뭘 먹으러 나온 nbk도 합세해서 그냥 만담으로 바뀜 ㅋㅋㅋ issaa가 이렇게 말빨 좋은 지 처음 알았네 알렉시비는 맨날 알루만 인터뷰 하니까 몰랐는데 얼굴은 애기같아도 목소리는 꽤 쌍남자 같음 ㄷㄷ
다른 팀 게임하고 있으면 거기 준비된 테이블 축구나 체스 같은 거 하고 있고 그걸 또 잠깐 포즈 걸렸을 때 '쟤들 저러고 놀아요' 라는 식으로 잡아줌 ㅋㅋ 뭣보다 자기가 이기고 질 때도 항상 다들 밝게 웃고 있음. 정말로 랜파티 나와서 친구들이랑 게임하는 것 같다 걍 컨셉인 점도 있겠지만 ㅇㅇ
랜파티 문화라는 게 참 부럽기도 하고, 아무리 프로들이라도 이런 사람 냄새 나는 걸 보면 우린 게임 하나까지 이렇게 사람 짓밟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당연하게 된 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정말로 게임으로 경쟁해서 먹고 사는 프로게이머 조차 외국에선 '결국 다 같은 사람'이라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을 특별취급하지 않는다.
비슷한 걸로 스웨덴에 인페르노온라인 이라는 대회가 있다. 동명의 인터넷카페, 그니까 우리나라의 피시방 초기 모델의 가게가 엄청 크게 열린 거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피시방 대회랑 비슷한 개념으로 열리는데 규모는 한국에서의 그것보다도 훨 크다. 일단 이 인페르노온라인이란 피시방이 주변국에서도 놀러 올 정도로 유명하니까, 그 주변이란 게 자기네 스웨덴이랑 덴마크랑 핀란드랑 이런 세계에서 카스를 가장 잘한다고 꼽히는 나라들 얘기고 사실 카스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참가 플레이어들 질이 확 달라짐. 한국에서 그냥 동네 오락실이 철권 대회 여는데 그게 외국에서까지 알아주는 그런 식으로 유명하게 열리는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 begrib 같은 팀이 이런 걸로 북유럽 프로씬 수준을 딴 지역보다 아예 한 차원 더 높여버리는 역할에 한 몫 제대로 했다. 인페르노온라인은 지금도 잘 열리고 있다.
한국 피시방에서 지금 메뉴는 뭐가 뭔지도 모를 만큼 많아졌지만 반대로 옛날엔 흔했던 휴게실이나 식탁 같은 건 거의 보기 어려워졌고 컴퓨터 한 대라도 더 놓으려고 책상은 좁만해졌다. 많은 이용자들을 같은 시간에 많이 게임시키라고 효율적인 구조로 바뀐 거라지만,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끼리 즐기기 위한 게임의 본질 자체가 없잖아. 아니 그냥 이거 뭔가 공장같애. 흔히 '벙개'라고 하던 오프 모임도 이젠 사치스런 짓이고, 피시방에서 활발히 돌아가는 게임 종류가 이제 두자릿수도 안된다. 10년 전 20년 전엔 적어도 무하드 같은 건 없어서 게임 설치가 막히지는 않았다.
다양성이 없은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그 시점부터 그게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가 없는 거다. 게임이 다양성이 죽어가니 이스포츠도 당연히 따라 죽는다. 롤이란 게임 자체가 문제는 없지만 워크3랑 카스1.6도 그랬듯이 영원히 잘 나갈 거 같던 게임도 결국은 망하고 롤/도타, 글옵으로 교체됐는데, 그 롤이 사양길로 들어서는 날이 오면 한국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거 같나. 스1과는 달라야겠지만, 하는 짓이 똑같은 데 그때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아인슈타인의 명언(이라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정신병 초기증세다. 뭐 시발 다 잘될 거라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으니 분명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순박한 생각을 실컷 벗겨먹은 케스파가 무슨 꼴을 내놨는데? 저 새끼들 바뀔 때 쯤이면 이미 망했을걸? 내가 봤을 땐 게임만 바뀌었지 발전하긴 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해외는 살려야 할 옛 문화는 잘 지키면서도 발전시켜야 할 건 꾸준히 키우니까 카스써밋 같은 유니크한 대회도 여는데, 왜 우린 가지고 있는 장점까지 다 팔아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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